이슬람, 미국에 `종교전쟁' 선언


    ## 현실 불만을 테러행위로 발산…회교 근본주의 단체가 주도 ##.

    2백여명의 사망자와 5천여명의 부상자를 낸 케냐 및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의 폭탄 테러(8월7일)로 또한번 '회교 근본주의(Islamic
    Fundamentalism)'가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테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회교 근본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믿고 있
    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하스 연구원은 "그같은 일을 할 수 있
    는 테러집단은 많지 않다"면서 "회교 근본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단정
    했다.

    이집트 소재 알 아흐람 정치·전략연구센터의 할라 모스타파는 "과격
    회교단체들이 알제리의 민간인 학살과 이집트 룩소르에서의 관광객 집단
    살해등으로 이미지가 나빠지자, 일반 회교도들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미국 공관을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교 근본주의자들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지하드(성전)'를 벌이고 있다는 것. 이를테면 기독교 세계에 대한
    이슬람의 종교전쟁인 셈이다. 모스타파는 "미 제국주의를 공격하고 여기
    서 발생하는 모 든 문제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는 것은 호전적인 회교
    단체들이 신봉하는 이념의 본질적 부분이며, 이제 그들은 말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국제 테러행위 3백4건 가운데
    3분의1 가량이 미국을 목표로 한 것이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인 7명이
    숨지고 21명이 부상했다. 또 96년에는 총 2백96건의 국제 테러중 4분의1
    가량이 대미 테러로, 24명이 숨지고 2백5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최
    근 미 국무부에 접수되고 있는 테러위협 사례만도 연간 약 3만건에 달하
    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0년대 주요 반미 테러 사건을 보면 ▲96년 6월에 사우디아라비아 다
    란 인근의 코바르 타워스 미군시설 앞에서 트럭을 이용한 폭탄 테러가
    발생, 미국인 19명이 숨지고 5백여명이 부상했으며 ▲95년 11월, 사우디
    리야드의 미군 사령부에 대한 차량 폭탄 공격으로 미국인 5명과 인도인
    2명이 사망했다. 또 93년 2월에는 뉴욕 맨하튼의 세계무역센터 지하에서
    폭탄을 실은 밴이 폭발해 6명이 숨지고 1천여명이 부상했다.

    80년대에는 ▲88년 12월에 미국 팬암 항공사의 런던발 뉴욕행 보잉 747
    기가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폭탄 테러로 폭발해 2백70명이 사망했
    고 ▲83년 10월에는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미해병대 기지에 대한 회교
    시아파의 차량 이용 자살 폭탄 테러로 미국인 2백41명이 숨졌다. 그중
    세계무역센터 테러범만 잡혔을 뿐, 나머지 사건들은 지금껏 미해결 상태
    로 남아있다.

    테러 전문가들은 "냉전 종식을 계기로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미국 공관을 겨냥한 각종 테러집단의 모험 가
    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분쟁이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적으로 개입하다 보
    니, 그만큼 불만세력도 늘어나 미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다
    는 것. 그리고 그중심에 바로 회교 근본주의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이 발표한 30개의 해외 '테
    러집단'을 보면, 하마스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단체 7개 등 중동·북아
    프리카 지역의 13개 회교단체가 포함됐다. 게다가 파키스탄과 필리핀의
    회교단체까지 합치면, 회교 근본주의 단체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회교 근본주의'는 회교 율법, 즉 코란에 따른 정교 일치를 지상 목
    표로 삼고 부패한 세속주의 정권의 척결을 주장한다. 또한 서구식 현대
    화에 극력 반대한다. 아랍 국가들에선 낫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주창해
    한시대를 풍미했던 '아랍 민족주의'가 좌절되면서, 정신적 공백을 메워
    줄대체 이념과 신조가 필요했다. 게다가 현대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부패
    와 실업, 빈곤 등의 문제들이 빚어낸 사회적 불만이 가중되면서 이를 달
    래기 위한 정신적 안식처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 필연적 결과가 '회
    교 근본주의로의 회귀'라는 것이 서방측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암울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누적된 이들의
    불만은 회교 사원과 코란 속에 안주하지 못하고, 과격 분자들의 테러 행
    위로 발산되기에 이른 것이다.

    79년 이란에서 아야툴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회교 혁명'이 성공하면서
    회교권에 영향력을 넓히기 시작한 회교 근본주의가 대중의 정치적 정서
    를 장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80년대말∼90년대초 구 소련의 붕괴와
    걸프전이라는데 상당수 서방측 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소련의 붕괴
    로 회교권의 좌익 세력들이 정치적인 발판을 잃어버리자 새로운 '상징'
    을 필요로 하게 됐으며, 걸프전에서 회교 국가인 이라크가 미국을 필두
    로 한 서방 연합군에 패배하면서 세속적 회교 정권에 대한 대중의 신뢰
    도가 결정적으로 손상됐다는 분석이다.

    이미 80년대말 미 텍사스대학의 회교연구 전문가인 제임스 빌 교수는
    "회교 근본주의가 전 아랍 세계에 맹렬한 속도로 파급되면서, 향후 40년
    내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이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
    다. 하버드대학의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93년 국제정치학 학술지 포린
    어페어즈 여름호에 기고한 논문 '문명의 충돌'에서, 21세기의 주요한 국
    제적 갈등은 문명간의 갈등이라고 전제하고, 주된 문명으로 거론한 7∼8
    개중에서도 특히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간의 대립을 강조했다. 그는
    이슬람의 확대 현상을 '부활'이라고 표현하면서, 특히 회교의 정치 세력
    을 대표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회교 근본주의가 회교도 사이에서 널리 번
    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현재 회교 근본주의자들의 테러로 인해 민간인들이 무차별 희생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북아프리카의 알제리다. 지난 92년 총선에서 회교
    정당인 회교구국전선(FIS)이 승리했으나 군부에 의해 무효화되자, 회교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테러가 계속되고 있는 것. 특히 급진적 무장단체인
    무장회교그룹(GIA)에 의해 지금까지 희생된 사람은 무려 7만∼8만명에 이
    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집트도 회교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활동이 심각한 나라. 지난해 11월
    이집트 남부의 고대 유적지 룩소르에서 발생한 관광객 집단 학살은 바로
    회교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대표적 사건이다. 회교 근본주의 단체
    인 '가마아 이슬라미야' 소속 무장 괴한들은 관광객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외국인 관광객 58명을 포함해 70명이 희생됐다.

    이집트에는 가마아 이슬라미야 외에도 회교 근본주의 단체로 '지하드'
    등이 있는데,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세속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무
    장 투쟁을 벌여온 이들의 테러 활동으로 92년이후 지금까지 모두 1천5백
    여명이 살해됐다.

    그밖에도 팔레스타인의 회교 무장조직인 '하마스'를 비롯한 회교 근본
    주의자들은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향한 무력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아예 회교 근본주의 집단이 정권을 장악한 곳이 아프가니스탄이다.

    96년 이후 수도 카불을 포함해 전 국토의 70% 정도를 장악하고 있는 탈레
    반 세력은 회교 율법을 사회 전반에 엄격하게 적용, 여성들의 취업을 일
    체금지했으며 남성들도 턱수염을 자르면 곤장을 치고있다. 지난달에는 TV
    가 사회를 부패시킨다 하여 아예 소유·판매를 금지시켰다.

    미국 정부는 미대사관 테러이후 수차례에 걸쳐 "범인들을 반드시 체포
    할 것이며, 후원 국가가 드러나면 즉각 무력 응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
    다. 그러나 범인 체포도 쉬운 문제가 아닐 뿐더러, 설사 잡히더라도 대미
    테러는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의 회교전문가 할라 모스타파의 지적처럼, "지하드(성전)라는 이
    념적 지주 를 신봉하는 과격 회교단체의 소속원들은 회교라는 대의에 봉
    사하고 있다고 믿으면 어디에서나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