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의 부흥/이슬람 경제·사회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 거리를 걷다보면 저울을 앞에 놓고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적잖이
볼 수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2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 저울 하나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몸무게를 재주고  2만터키리라(한화 100원 남짓)를 받는다.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든 사리드는 하루종일 큰소리로 외쳐가며 손님을 끌어모으지만 50명 채우기가 쉽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으로 이슬람권에서 가장 서구화된 터키는 이미 한해에 물가가 80% 남짓         오르고, 통화가치가 절반 이상 떨어져 사실상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국가로 전락한 상태다.
 

   중동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집트에서도 극심한 실업난 때문에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카펫 등 관광상품 만드는 곳으로 달려가 미래를 대비하는 어린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서구가 이슬람권에 곱지않은 눈길을 `당당하게' 보내는 또하나의 근거는 이런 낙후된 경제상황과
뒤떨어진 민주화다.
 

   현재 원유가 벌어다주는 오일머니를 빼놓는다면 이슬람권 국가들의 국내총생산이나 국민소득 규모는 아프리카 미개발국 다음가는 하위권에 속한다. 특히 이 지역은 인구증가율이 가장 높은 반면 경제 성장율은 가장 낮은 곳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슬람 국가의 개인소득은 매우 낮은 증가율을 보이거나 뒷걸음질쳐 심한 경우
지난 81~90년 평균 1년에 2% 가량 떨어진 곳도 있다.  외자유치나 교역 실적 또한 미미해 지난 95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외국인직접투자 총액은  40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아시아의 650억달러, 중남미 270억달러, 동유럽 120억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이슬람권의 경제낙후현상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원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 채
국민경제에 둔감한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의 부패한 왕정, 시장경제체제 도입이나  경제개방에 소홀했던 사회주의 성격의 아랍민족주의 등에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둘러싼 이슬람과 서구의 끊이지 않은 대립관계는 상당수  이슬람국가들의 발목을 잡았다. 자체 공업화를 추진해온 중동의 강대국인 이란이나 이라크 등 일부  국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는 가뜩이나 내재적인 발전요소를 갖추지 못한 이들 나라의  발전가능성을 봉쇄해버린 셈이다.
 

   이는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고 무역을 활성화하는 등 서구자본주의 질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불균형하나마 경제성장을 거듭해온 아시아 국가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자유로운 선거와 정당결성 등 민주제도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것 또한 시민사회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었던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다.  오스만터키제국의 붕괴 이후 대부분 유럽의 식민지가 됐던 이들 이슬람국가에서는 2차대전  이후에도 민주주의의 세례를 받지 못한 채 서구의 지원을 받은 아랍왕조의 전제정치나 군부의  철권통치, 반서구의 기치를 내건 또다른 독재가 횡행하게 됐다.
 

  이에 대해 다른 종교에 비해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훨씬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이슬람이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슬람과 근대적 가치 사이에 아무런 모순이 없다고 반박한다.
페리데 구넬 터키 일디즈대 교수(경제학)는 “비경제적 요소인 이슬람방식과 무역·투자를  결부시키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고, 알리 마즈루이 미국 뉴욕주립대 세계문화연구소장은 “이슬람사회가 서구에 뒤처진 게 겨우 몇십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인권보다 `신의 뜻'을 우선시하고, 자본이동의 핵심요인인 이자를 인정하지 않거나 성장 못지 않게 분배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슬람 나름의 특성을 서구적 가치기준으로만 평가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슬람 창시자 모하메드의 설교에는 “사람의 생명과 재산은 지극히 신성하다. 사람은 인종 민족 피부색 다름에 관계없이 신 앞에 평등하다”는 `인권선언'이 담겨 있고, 모하메드는 일하지 않는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기독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보다 몇세기 뒤에 출현해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지녔다고 자부하는 이슬람을 표방하는 국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사회경제적으로 뒤떨어진 현실은 여전히 이슬람 지식인들을 곤혹스럽게 한다.